솔직히 저는 《공조》를 그냥 액션 오락 영화로만 보려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철령이 진태 가족과 헤어지는 그 짧은 장면 하나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글은 그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나온 기록입니다.공조 속 이별 장면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습니다영화 속 림철령은 북한 보위부 검열원(북한 내 반체제 세력을 적발·처벌하는 내부 감찰 요원)으로 남한에 파견된 인물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로 치면 내사 전담 형사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런 사람이 진태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진태 가족과 한 지붕 아래서 며칠을 보냅니다.처음엔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였는데, 밥상을 같이 받고 소소한 대화가 오가면서 분위기가 슬그머니 바뀝..
2011년 개봉한 영화 는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웃고 우는 복고 청춘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 아이 엄마가 되어 다시 보니, 완전히 다른 영화가 눈앞에 있었습니다.영화 써니 속 복고 감성이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이유일반적으로 복고 영화라고 하면 "그 시절이 좋았지" 하며 과거를 미화하는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는 제 경험상 그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이 영화가 1980년대를 그냥 배경으로 깔아두는 게 아니라, 당시 대중문화를 서사 장치(narrative device)로 적극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서사 장치란,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동시에 관객의 감정 반응을 유도하는 모든 요소를 말합니다..
솔직히 저는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닙니다. 점프 스케어 한 번에 팝콘 쏟고, 그 뒤로 한동안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심야괴담회와 돌비공포라디오에서 실제 경험담을 먼저 들었는데, 그게 너무 소름 돋아서 영화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한국 공포영화가 오랜만에 제대로 나왔다는 말, 과장이 아니었습니다.살목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여러분은 지명 하나만으로 소름이 돋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바로 '살목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요.'살목지'는 한자로 죽일 살(殺), 나무 목(木), 연못 지(池)를 씁니다. 여기서 '살목(殺木)'이란 생사를 가르는 길목이라는 뜻으로, 죽은 자와 산 자가 교차하는 경계선을 의미합니다.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저 ‘아이들을 위한 감동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영화 속 어기가 학교에서 겪는 일들은 결코 스크린 속 이야기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원더》는 외모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원더》는 단순한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가 세상 속에서 어떤 시선을 마주하게 될지, 그리고 부모로서 그 순간들을 어떻게 견디고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원더 속 시선과 거리 — 스크린 안과 밖이 달랐던 것들일반적으로 학교에서의 따돌..
인생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날, 복싱 영화 한 편이 왜 이렇게 마음에 걸릴까 싶었습니다. 2005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전직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와 동네 양아치 출신 청소년이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세워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다시 봤는데,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라 참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습니다.주먹이 운다 속 공감: 말 못 한 억울함이 주먹에 담긴다영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엉뚱하게도 초등학교 시절의 남동생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 댁에서 함께 살던 시절인데, 동생은 경운기 소리만 들려도 밥상을 내팽개치고 뛰쳐나갈 만큼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어느 저녁, 해가 완전히 지도록 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할머니가 저더러 찾아오라고 하셨습니..
1993년 개봉한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 후 양육권을 잃은 아빠가 나이 든 영국인 가정부로 변장해 자기 아이들 집에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웃겼는데, 지금은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먹먹해집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의 제 눈에는 완전히 다른 영화로 보이거든요.미세스 다웃파이어 속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 — 변장 뒤에 숨은 진짜 마음혹시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지는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가 딱 그랬습니다.다니엘(로빈 윌리엄스 분)은 성우로 일하던 중, 어린이 만화에 흡연 장면이 등장하자 대본에 없던 대사를 쳐서 스스로 일을 관두게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 장면이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스크린 속 달동네 아이들이 눈물을 참으며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부르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거든요.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저는 그 장면 앞에서 단순히 "불쌍하다"는 감정 이상을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보고 나면 꽤 오래 마음 한켠이 묵직합니다.1번가의 기적 속 달동네와 재개발, 웃음 뒤에 숨은 현실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임창정 코미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분위기가 달랐어요. 재개발(再開發)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저는 이게 단순한 웃음 영화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재개발이란 노후화된 주거 지역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도시 정비 사업을 말..
결혼 25년 차가 되면서 사랑을 다룬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스크린 속 두 사람이 설레는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한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다시 보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라디오 PD 은수(이영애)의 이야기는 화려한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을 통해 사랑이 시작되고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봄날은 간다 속 첫 설렘이 스며드는 방식 — 거창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이었다사랑 영화라고 하면 첫 만남부터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의 상우와 은수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작업을 함께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바람 소리와 대나무 숲의 움직임,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개들이 나오는 가족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2006년 프랭크 마샬 감독, 폴 워커 주연의 《에이트 빌로우》는 1958년 일본 남극 탐험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 이야기가 아니라 약속과 사랑,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로 와닿았습니다.에이트 빌로우에서 개 연기가 사람보다 더 울렸습니다일반적으로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제가 직접 봤더니 전혀 달랐습니다. 이 영화에서 썰매견 훈련(mushing)을 실제로 받은 개들의 표정과 눈빛이 너무 생생해서 배우보다 개들의 연기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머싱(mushing)이란 개 썰매 팀을 ..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한국 영화 시장에서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얼마나 드문지 생각하면 꽤 놀라운 성적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뒤늦게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 속 능력자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소재가 유독 어려운 이유영화 《초능력자》는 눈으로 사람의 행동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능력이 통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 규남의 이야기입니다. 설정만 들으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 같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축축하고 현실적인 질감 위에 초자연적 요소를 얹어놓은 느낌이랄까요.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즉 사람의 인지나 의지를 초월한 능력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은 지금도 많지 않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