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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초능력 소재, 평범함, 순수함, 진짜 힘)

파코니 2026. 9. 3. 10:29

목차


    영화 초능력자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한국 영화 시장에서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얼마나 드문지 생각하면 꽤 놀라운 성적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뒤늦게 봤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 속 능력자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소재가 유독 어려운 이유

    영화 《초능력자》는 눈으로 사람의 행동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능력이 통하지 않는 평범한 남자 규남의 이야기입니다. 설정만 들으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 같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축축하고 현실적인 질감 위에 초자연적 요소를 얹어놓은 느낌이랄까요.

    한국 영화에서 초능력, 즉 사람의 인지나 의지를 초월한 능력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은 지금도 많지 않습니다. 장르적으로는 심리 스릴러(psychological thriller)에 가깝게 분류되는데, 여기서 심리 스릴러란 인물의 내면 갈등과 심리적 공포를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초능력자》는 이 심리 스릴러 문법 위에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얹어서, 익숙한 듯 낯선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SF적 요소가 들어간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솔직히 이 영화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인물의 상처와 고립감이 훨씬 강하게 남았거든요. 초능력 그 자체보다,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지가 더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 한국 상업 영화에서 초능력 소재는 흥행 리스크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초능력자》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지만 전체 흥행 규모는 제한적이었습니다
    • 장르적으로 심리 스릴러와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어 타깃 관객층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요약: 한국 영화 시장에서 초능력 소재는 드문 도전이고, 《초능력자》는 심리 스릴러 문법 위에 이를 얹어 독특한 결을 만들어냈습니다.

     

    평범함이 어떻게 가장 강한 무기가 되는가

    영화에서 규남은 폐차장에서 일하다 전당포로 직장을 옮기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입니다. 눈에 띄는 특기도, 대단한 배경도 없습니다. 그런데 초능력이 그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같은 현상이 아기에게도 나타나면서 하나의 암시를 남깁니다.

    이 설정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한 극적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캐릭터 디자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항성(resista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저항성이란 외부의 강압적 힘이나 심리적 조작에 흔들리지 않는 내적 일관성을 뜻합니다. 규남은 특별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흔들릴 이유가 없어서 버티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들을 보면서 떠올린 건 육아 현장이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피로가 쌓입니다. 그 피로 속에서도 아침에 다시 일어나 밥을 차리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일. 그게 대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아도 매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규남이 초인을 끝까지 쫓아가는 끈질긴 의지를 보면서, 저는 그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요약: 규남의 힘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내적 일관성, 즉 저항성에서 나오며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순수함이 악한 힘을 이기는 장면, 그리고 현실의 간극

    영화에서 아기에게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장면은 꽤 짧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그 장면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초능력자가 아무리 눈으로 조종하려 해도 아기는 그냥 자기 페이스대로 있습니다. 악의(malice)와 무관한 존재 앞에서 악의에 기반한 힘이 무력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악의란 타인을 지배하거나 착취하려는 의도를 뜻합니다.

    이 장면에 공감하면서도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순수하거나 착한 사람이 오히려 더 쉽게 이용당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함이 방어막이 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착한 마음을 유지하면서도 잘못된 상황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둘이 함께 있어야 실제 삶에서 작동한다는 걸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배웠습니다.

    규남이가 결국 초인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단순히 착해서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섰기 때문입니다. 감정 조절력(emotional regulation)과 지속적 행동 의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순수함이 실질적인 힘이 됩니다. 감정 조절력이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며 행동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이 두 가지를 규남이라는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었습니다.

    요약: 순수함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용기와 행동 의지가 더해질 때 비로소 현실에서 작동하는 힘이 됩니다.

     

    진짜 힘,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나에게는 어떤 힘이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은 물론 없고, 기적적으로 회복하는 신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세 아이를 키우면서 쌓아온 시간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밤새 아파서 뜬눈으로 지새운 날, 남편과 서로 지쳐서 말이 없어진 저녁,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막막했던 오후들. 그런 날들을 지나면서도 다음 날 아침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 그게 제 나름의 힘이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심리적 능력을 뜻합니다. 출처: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행동을 통해 키워지는 것입니다. 규남이 보여준 것이 바로 이 회복탄력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 연구에서도 일상 속 돌봄 행동이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매일 아이를 챙기고, 밥을 짓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행위가 사실 이 자기 효능감을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요약: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은 평범한 일상 속 반복된 선택 안에 있으며, 그것이 영화가 말하는 또 하나의 진짜 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초능력자》는 어떤 장르인가요?

    A. 심리 스릴러와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영화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두 인물의 추격과 심리적 긴장감이 중심이며, 한국 영화 특유의 현실적인 질감 위에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얹은 방식이 독특합니다. SF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Q. 규남에게 왜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건가요?

    A. 영화는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기에게도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하거나 욕심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종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관객이 해석하게 두는 방식이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Q. 초능력자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인가요?

    A.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초반 주목도는 높았습니다. 다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 초능력 소재가 익숙하지 않은 점, 그리고 특정 장르 팬 외에는 진입 장벽이 있었던 점 때문에 전체 흥행 규모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Q. 이 영화, 가족과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초반부에 가정 폭력 장면과 다소 무거운 정서가 등장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성인 위주의 가족 관람이나 개인 감상을 권합니다. 저는 아이들 재운 뒤 혼자 봤는데, 그게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결론

    《초능력자》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사실 가장 취약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모든 사람을 조종할 수 있지만 아무도 진심으로 관계 맺지 못하는 초인과, 아무 능력도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규남을 나란히 놓고 나서, 영화는 조용히 묻습니다. 진짜 강한 사람이 누구냐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특별한 능력이 없는 저 자신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챙기고, 지쳐도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대단하지 않아 보여도, 사실은 꽤 큰 힘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 영화가 뒤늦게 보고 싶어 졌다면, 한 번쯤 시간 내서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UAwzXgus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