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포기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작 《꽃피는 봄이 오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민식이 《올드보이》 직후 선택한 차기작이라는 말에 처음엔 의아했는데,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최민식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꽃피는 봄이 오면 영화 속 배경 — 꿈과 현실 사이, 이 남자의 자리영화 속 주인공 현우는 클래식 트럼페터를 꿈꾸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그는 주부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로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에게서는 "음악만 하는 사람하고는 못 살겠다"는 말을 듣고, 공들여 준비한 교향악단 오디션에서는 탈락하고, 전 여자친구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 그냥 가볍게 볼 생각이었습니다. 코미디 판타지라는 장르 설명에 부담 없이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70대 할머니가 20대로 돌아간다는 설정 뒤에 가족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젊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조용히 숨겨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은 우리 할머니였습니다.수상한 그녀 사진관 앞의 할머니, 그리고 내가 본 사진첩영화의 배경은 단순합니다. 욕 잘하고, 며느리한테 잔소리 늘어놓고, 손주들한테는 아낌없이 퍼주는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 오말순.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들어간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갑자기 20대의 몸으로 돌아옵니다. 이른바 판타지적 장치(fantastic..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호스피스 배경의 영화가 그냥 우울한 신파물이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안녕하세요》를 보고 나서 그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죽으러 들어간 곳에서 오히려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이야기. 보는 내내 제 일상이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졌는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영화 안녕하세요의 무대배경이 호스피스가 된 이유영화의 배경이 되는 호스피스(Hospice)는 완치가 어려운 말기 환자들이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체적·정서적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 환경입니다. 쉽게 말해, 치료보다는 삶의 질에 집중하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의 핵심 공간입니다. 완화의료란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통증과 불안을 줄이고 환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료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