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치료실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혼자 울었던 날이 있습니다. 슬퍼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형이 "엄마, 나도 같이 가면 안 돼?"라고 했는데 저는 그냥 "다음에"라고 했고, 그 다음에는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서 그 날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라는 것, 이 영화는 그걸 정면으로 건드립니다.그것만이 내 세상 속 조아와 진태, 어색한 두 사람이 가족이 되기까지영화는 전직 복서 조아가 어머니를 우연히 재회하면서 시작됩니다. 오랫동안 서로를 모른 채 살아온 형제, 조아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진태의 이야기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란 사회적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눈이 퉁퉁 부을 줄은 몰랐거든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단종과 엄흥도 이야기입니다. 짧은 역사 기록이 이렇게 긴 여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극장을 나오면서도 한동안 믿기지 않았습니다.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의 적통성, 그 무게가 비극을 만들었다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단종은 그냥 불쌍하게 죽은 어린 왕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사 기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전혀 달랐습니다.단종은 조선 역사상 거의 유례없는 수준의 적통성(嫡統性)을 갖춘 왕이었습니다. 여기서 적통성이란 왕위 계승에서 혈통, 적자 여부, 계승 순서, 직위 절차를 모두 충족하는 정통성을 의미합니다..
아이를 위해 선택한 영화가 정작 엄마를 돌아보게 만든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주토피아2》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 이야기보다 제가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닉과 주디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인데, 제 머릿속에서는 자꾸 다른 장면이 재생됐습니다. "친구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안 해?" 제가 아이에게 했던 바로 그 말이었습니다.《주토피아 2》가 꺼낸 질문 — 다양성이라는 배경《주토피아 2》는 전작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파충류, 포유류, 조류가 함께 사는 도시 주토피아에서 또 다른 음모가 시작되고,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가 다시 한번 손을 맞잡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핵심에는 링슬링 가문이라는 오랜 기득권 세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파충류 집단을 도시 외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