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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가 우리 돈 2억 원 남짓인 영화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존 카니 감독의 〈원스〉는 그 질문에 조용히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흔들리는 화면, 낯선 배우, 이름도 없는 주인공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뒤까지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박함이 무기가 되는 영화, 그 이유를 제 나름대로 뜯어봤습니다.
영화 원스의 소박함 — 작은 예산으로 아카데미를 받은 방법
〈원스〉의 제작비는 약 15만 달러(약 11만 유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수천만, 수억 달러가 드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작은 독립영화(Independent Film)입니다. 독립영화란 큰 영화사의 돈과 배급망에 기대지 않고 만든 영화를 말합니다. 촬영 기간도 17일 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Falling Slowly'로 주제가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2,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들인 돈의 100배가 넘는 돈을 번 셈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알았을 때, "화면이 왜 이렇게 흔들리나" 싶었던 첫인상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습니다.
돈이 없어서 선택한 핸드헬드 촬영, 즉 카메라를 삼각대 없이 손으로 들고 찍는 방식이 오히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만들어 냈습니다. 더블린 거리의 소음, 흔들리는 화면, 꾸밈없는 조명이 배우들의 모습과 뒤섞이면서 "연출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여러 번 돌려 보니, 그 거친 느낌 덕분에 노래 장면에서 감정이 더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장면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둡고 흐릿한 실내 장면은 보는 내내 눈이 조금 피곤했습니다. 의도된 아름다움과 예산의 한계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 제작비 약 15만 달러 —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
- 촬영 기간 약 17일 — 손으로 들고 찍는 방식으로 더블린 거리를 그대로 담음
-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2008) — 주인공 글렌 한사드·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직접 만들고 부른 'Falling Slowly'
- 전 세계 수익 2,000만 달러 이상 — 작은 독립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여성 서사 — 그녀는 왜 이름이 없을까
영화 속 두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올라가는 출연진 이름(크레디트)에도 그냥 '가이(Guy)'와 '걸(Girl)'로 나옵니다. 처음엔 "신비롭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 이름 없음이 두 사람에게 똑같이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남자의 이야기는 꽤 구체적입니다.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그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런던으로 떠나기 전 녹음 작업을 마칩니다. 성장 서사(Coming-of-Age Narrative)가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성장 서사란 주인공이 마음속 갈등을 이겨 내고 한 걸음 나아가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반면 여자는 어떤가요. 체코에서 온 이민자로, 어린 딸을 키우며 거리에서 꽃을 팝니다. 피아노를 살 형편이 안 돼서, 악기점 주인의 허락을 받아 점심시간에 가게 피아노를 칩니다. 이 설정만으로도 그녀 자신의 이야기로 영화 한 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이야기를 충분히 열어 주지 않습니다. 여러 번 봐도, 그녀가 혼자 자기감정을 풀어내는 장면은 손에 꼽힙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녀는 남자의 음악을 듣고, 평가하고, 용기를 주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영화 비평에서는 이런 구도를 '뮤즈 트롭(Muse Trop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성 인물이 남자 주인공의 창작이나 성장을 돕는 역할에만 머물고, 정작 그녀 자신의 꿈과 이야기는 뒤로 밀려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원스〉가 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쉬운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이 밋밋한 인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악기점에서 처음 피아노 앞에 앉는 장면, 남자가 건넨 가사 없는 곡에 직접 가사를 붙여 밤거리를 걸으며 노래하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뛰어난지 보여 줍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영화 — 대사보다 멜로디가 더 많이 말할 때
〈원스〉를 음악영화라고 부를 때, 그 말은 보통의 뮤지컬 영화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노래는 인물의 감정을 크게 부풀려 보여 주는 장치입니다. 반면 〈원스〉에서 노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 가는 방법 그 자체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이 이야기를 꾸며 주는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직접 앞으로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악기점에서 두 사람이 처음 함께 'Falling Slowly'를 맞춰 보는 장면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할 장면입니다. 남자가 코드를 알려 주고, 여자가 피아노로 따라오고, 둘의 목소리가 조금씩 겹쳐 가며 노래가 완성됩니다. 대사는 거의 없이 노래만으로 몇 분이 이어지는데, 처음엔 "좀 길지 않나" 싶다가도 끝났을 때는 오히려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 몇 분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면이 가능했던 건 두 배우가 실제 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글렌 한사드는 아일랜드 밴드 더 프레임스(The Frames)의 리더이고,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체코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두 사람은 이 영화 전에도 함께 음악 작업을 해 왔고, 영화 속 노래도 직접 만들고 불렀습니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연주할 때 "연기하는 뮤지션"이 아니라 "뮤지션 그 자체"가 찍혔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영화의 감정을 결정적으로 바꿨다고 생각합니다(출처: IMDb, Once(2007)).
제가 느끼기에 다른 음악영화들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많은 음악영화에서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더라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원스〉에서는 그 어색함이 거의 없습니다. 아버지가 선풍기를 고치듯, 오랜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의 손놀림이 보입니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가슴에 박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스(Once) 결말에서 두 사람은 왜 이어지지 않나요?
A.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린다는 것을 보여 주지만, 각자에게는 정리되지 않은 현실이 있습니다. 남자는 전 여자친구가 있는 런던으로 향하고, 여자는 남편과 다시 함께해 보기로 합니다. 저는 이 결말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짧은 인연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로 보입니다.
Q. 원스 OST 중 가장 유명한 곡은 뭔가요?
A.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Falling Slowly'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함께 만들고 불렀으며, 악기점에서 두 사람이 처음 합을 맞추는 장면에 흐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큼 자꾸 다시 듣게 되는 곡입니다.
Q. 원스(Once)는 뮤지컬 영화인가요, 드라마인가요?
A. 흔히 음악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보통의 뮤지컬 영화와는 결이 다릅니다. 등장인물이 감정을 표현하려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 아니라, 뮤지션인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이야기 흐름 안에 녹아 있습니다. 뮤지컬보다는 음악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Q. 원스(Once) 주인공 배우들은 실제로 연인이었나요?
A.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영화 이후 실제로 연인이 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도 함께 올라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후에는 헤어졌지만,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음악 활동을 이어 가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의 호흡이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많은 데는 이런 배경도 있습니다.
결론
〈원스〉를 보고 나서 제가 오랫동안 떠올린 건 영화 속 두 사람보다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고장 난 선풍기 앞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들던 모습, 돈이 없어서 새 걸 사는 대신 묵묵히 고쳐 주던 손. 영화 속 남자가 낮에는 아버지 가게에서 청소기를 고치고 밤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고 자신을 표현합니다. 소박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진심이 모양을 바꾼 것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흔들리는 화면은 적응이 필요하고,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아쉽게 짧습니다. 그러나 작은 예산의 이 영화가 증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진심과 좋은 음악이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다음에 다시 볼 때는 남자의 곁에서 조용히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얼굴을 더 오래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참고: 〈원스〉 예고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