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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베테랑》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숫자를 보고 "그럴 만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조태오라는 인물이 건드린 불편한 감각이었고, 바로 그 감각이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물 이상으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베테랑 서도철 형사가 재벌 앞에서도 당당한 이유
영화 속 서도철 형사는 재벌 3세 조태오 앞에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왜 그렇게 통쾌하게 느껴지는지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실에서는 돈·직위·배경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서열, 즉 위계 권력(hierarchy power)이 사람의 태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계 권력이란 개인의 능력이나 인격이 아니라 외부 자원에서 나오는 힘을 말합니다. 서도철은 그 서열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이기에 조태오의 돈이 그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길거리나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막말하는 사람을 보며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서도철이 카메라에 다 찍혔다며 폭행 혐의를 하나 더 얹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크게 웃고 손뼉을 친 것은, 그 장면이 우리가 현실에서 참아 왔던 말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류승완 감독은 카타르시스 서사(catharsis narrative)를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입니다. 카타르시스 서사란 관객이 현실에서 눌러 둔 분노를 스크린 속 인물을 통해 대신 풀어내게 만드는 이야기 구조를 뜻합니다. 개봉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베테랑》이 대표적인 오락 영화로 꼽히는 것은 그 구조가 여전히 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서도철의 핵심 매력: 위계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 류승완 감독의 카타르시스 서사 구조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냄
- 황정민·유아인의 대립 연기가 이 구조를 완성하는 축
조태오 갑질 장면 해석, 왜 현실처럼 느껴지는가
조태오가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를 내뱉는 장면은 솔직히 보면서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그 장면이 무서운 것은 폭력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가 단 한순간도 상대를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권력 오용(power abuse)이라고 부릅니다. 권력 오용이란 자신의 지위나 자원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를 말하며, 단순히 성격이 나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영화 속 신진그룹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하는 장면이 바로 그 구조를 보여 줍니다.
저는 조태오 같은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모습은 일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마트 직원에게 반말로 따지던 손님이 매장 관리자가 나타나자 말투가 완전히 바뀌던 모습입니다. 강한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얼마나 다른 얼굴을 보이느냐입니다.
갑질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한국 사회에서 특히 자주 쓰입니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관련 신고는 꾸준히 늘어 왔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조태오의 행동이 영화 속 과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베테랑 후기, 보고 나서 제 사람됨됨이를 돌아본 이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저는 생각보다 오래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악당을 잡아서 시원하다"는 감정 말고 다른 감정이 함께 남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불편해지는 영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조태오를 욕하기는 쉽지만, "나는 어떠한가"라고 스스로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바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40대가 되어 살아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사람의 진짜 됨됨이는 힘 있는 사람 앞에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로 드러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도덕적 일관성(moral consistency)이라고 부릅니다.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생각은 더 절실해졌습니다.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제가 편의점 직원을 귀찮다는 듯 대한다면, 아이는 제 말이 아니라 제 행동을 배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쁜 사람은 잡혀야 한다"는 메시지보다 "나는 오늘 누구를 어떻게 대했는가"라는 질문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통쾌한 영화일수록 보고 나서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베테랑》이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베테랑 2 정보와 1편이 11년째 회자되는 이유
2024년 9월, 1편 개봉 9년 만에 《베테랑 2》가 개봉했습니다. 정해인 배우가 새로운 인물로 합류했고, 1편의 서도철 형사팀이 그대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개봉 전 칸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었을 때 이야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액션 연출만큼은 좋은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2편이 나왔다는 사실보다 1편이 지금도 꾸준히 이야기된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은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하지만 관객 수가 많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닙니다. 《베테랑》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은 결국 책임을 진다"는 말을 두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 회의감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그 말을 스크린 안에서만큼은 이루어 보여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을 설명하며 처음 쓴 개념으로, 극을 보며 억눌린 감정이 풀리는 심리적 정화를 뜻합니다.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정의를 영화가 대신 보여 주는 것, 그것이 《베테랑》이 주는 카타르시스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서도철의 주먹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베테랑 자주 묻는 질문
Q. 베테랑 1편 줄거리를 간단히 알 수 있습니까?
A. 영화는 중고차 밀매 잠입 수사로 시작해, 신진물산 갑질과 화물 기사 추락 사건을 거쳐 조태오 체포로 이어집니다. 다시 보고 싶다면 OTT 서비스에서 스트리밍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주요 장면과 인물 관계만 파악해도 2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충분합니다.
Q. 베테랑 2는 1편과 완전히 다른 사건입니까?
A. 서도철 형사팀은 그대로 이어지고, 정해인 배우가 새 인물로 합류합니다. 1편과 세계관은 같지만 사건은 독립적이어서 1편을 보지 않아도 관람에 큰 지장은 없다는 평이 많습니다. 다만 인물 사이의 관계와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려면 1편을 먼저 보시기를 권합니다.
Q. 조태오 역의 연기는 왜 그렇게 화제가 되었습니까?
A. 제가 보기에 조태오라는 인물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가 관객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Q. 영화 속 갑질 장면은 과장된 것 아닙니까?
A.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된 이후 관련 신고가 꾸준히 늘었고, 언론에 알려진 실제 사례 중에는 영화 못지않게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가 과장했다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진짜 강한 사람에 대한 생각
《베테랑》은 저에게 두 가지를 남긴 영화입니다. 하나는 서도철 형사처럼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평소에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라는 불편한 자기 점검입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무릎 꿇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있어도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1편과 2편을 이어서 보며 두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