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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마틸다》를 처음 봤을 때 그냥 귀여운 아이가 나쁜 어른을 골탕 먹이는 판타지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0대 부모가 된 지금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제게 꽤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아이를 제대로 보고 있습니까?" 라고요.
마틸다를 향한 부모의 시선 — 사랑과 무관심은 어떻게 다른가
웜우드 부부를 보면 처음에는 그냥 황당한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아이에게 책 대신 TV를 권하고, 딸이 천재성을 보여도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하지만 제가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뭔가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핸드폰을 보며 "응, 그래" 하고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웜우드처럼 대놓고 무시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개념이 바로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입니다. 여기서 정서적 가용성이란 부모가 신체적으로 곁에 있는 것을 넘어, 아이의 감정 신호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심리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정신의학과의 제이블린 비링겐 박사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정서적 가용성이 높을수록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출처: Emotional Availability Research).
웜우드 부부는 정서적 가용성이 거의 0에 가까운 부모입니다. 마틸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영화 속에 있는데, 그 눈물의 원인은 굶거나 맞아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다시 봤을 때 솔직히 좀 먹먹했습니다.
- 웜우드 부부는 마틸다의 재능을 알고도 무시합니다 — 몰라서 못 본 것이 아니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 한 명입니다
- 사랑한다는 감정과 아이를 올바르게 바라본다는 행동은 별개입니다
트런치불 — 권위주의 교육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
트런치불 교장은 이 영화에서 거의 빌런 그 자체입니다. 아이를 머리카락 잡아 던지고, 이유도 없이 초키라는 독방에 가두는 장면은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꽤 불편합니다.
트런치불 방식은 '권위주의적 양육(Authoritarian Parenting)'의 극단적 형태입니다. 여기서 권위주의적 양육이란, 복종과 규율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며 아이의 의견이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양육 방식을 뜻합니다. 발달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의 연구에서 이 방식은 아이의 자존감 저하와 자율성 발달 억제로 이어진다고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트런치불이 무서운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녀는 허니 선생님의 어린 시절 집을 빼앗고, 미스 허니를 평생 두려움 속에 가뒀습니다. 즉, 트런치불의 권위주의는 한 사람의 아이 시절만 망친 게 아니라 어른이 된 뒤의 삶까지 망쳐 버린 겁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제대로 인식한 건 이번에 다시 봤을 때였습니다. 예전엔 그냥 나쁜 교장쯤으로만 봤거든요.
반면 엄격함이 곧 나쁜 교육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요즘 교육이 너무 느슨하다", "적당한 규율은 필요하다"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어느 정도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트런치불의 문제는 엄격함이 아니라, 아이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규율과 존중은 함께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스 허니 — "믿어주는 어른"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
미스 허니는 처음 마틸다를 봤을 때 뭔가를 먼저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관찰합니다. 그리고 마틸다가 어떤 아이인지를 먼저 알려고 합니다. 이 단순한 차이가 웜우드 부부와 미스 허니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조건 없는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이라고 부릅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쉽게 말해 아이가 무엇을 잘하든 못하든 그 존재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이 태도가 있는 어른을 만난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마틸다의 염력(Telekinesis), 즉 물체를 눈으로만 움직이는 능력이 제대로 통제되기 시작하는 것도 미스 허니를 만난 이후입니다. 이건 단순한 판타지 연출이 아니라 꽤 정확한 심리적 은유라고 저는 봅니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어른을 만나야 비로소 아이가 자기 안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니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이를 믿어준다는 게 아이가 원하는 걸 전부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미스 허니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마틸다에게 도전하게 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걸어가며, 결과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합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된 지 꽤 됐지만, 저는 지금도 미스 허니처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아이가 실수할 것 같으면 먼저 막고 싶고, 힘들어하면 대신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믿음인지, 아니면 제 불안을 달래는 행동인지는 솔직히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틸다 영화, 지금 봐도 재미있나요?
A. 재미있다는 시각도 있고, 어린 시절 봤을 때만큼은 아니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다시 봤는데, 코미디적 재미보다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어른이 돼서 보면 웜우드 부부가 웃기기보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Q. 마틸다 주인공 배우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A. 마틸다를 연기한 마라 윌슨은 이후 《미세스 다웃파이어》, 《기적의 34번가》 등에 출연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연기보다 작가 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아역 배우로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Q. 마틸다는 원작 소설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이 1988년에 출간한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는 1996년에 대니 드비토 감독이 연출했으며, 소설의 감성을 대체로 충실하게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바 있습니다.
Q. 트런치불 교장처럼 엄격한 교육이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엄격한 교육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규율과 일관성이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다만 트런치불의 문제는 엄격함이 아니라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규율과 존중이 함께 갈 때 비로소 건강한 교육이 된다고 보는 시각이 발달심리학계의 주류입니다.
결론
《마틸다》는 아이가 초능력으로 나쁜 어른을 물리치는 이야기이지만, 제게는 그 판타지 뒤에 있는 질문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내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마틸다에게 필요했던 것은 특별한 교육 환경이나 엄청난 재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힘들 때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는 어른 한 명이었습니다. 미스 허니가 바로 그 사람이었고, 그 만남 하나가 마틸다의 삶을 바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에게 잘해줘야겠다는 다짐보다, 아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게 더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행복의 기운이 필요할 때, 그리고 부모로서 방향을 잃은 것 같을 때 한 번쯤 다시 꺼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