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1990년에 개봉한 《나 홀로 집에》입니다. 어릴 때는 케빈이 도둑들을 골탕 먹이는 장면이 그저 신나고 웃겼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고 나서 다시 보니 처음 30분도 지나지 않아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집에 줄거리 — 크리스마스마다 다시 보던 1990년 명작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나 홀로 집에》를 방영하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였습니다. 연말이면 여러 번 편성되었고, 방영하지 않는 해에는 비디오 대여점으로 직접 달려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막상 가 보면 이미 대여 중인 날이 많았습니다.
영화는 시카고에 사는 대가족이 파리로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막내아들 케빈이며, 맥컬리 컬킨이 연기했습니다. 케빈은 형 버즈와 다투다가 식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엄마에게 혼이 나서 3층 다락방에서 혼자 잠들게 됩니다. 북적이는 가족 안에서 막내가 얼마나 외로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그날 밤 정전으로 알람이 울리지 않아 온 가족은 늦잠을 자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출발합니다. 출발 직전 아이들 수를 세는 순간, 마침 옆집 아이가 섞여 있어 숫자가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케빈은 집에 홀로 남겨집니다.
부모가 되어 다시 본 나 홀로 집에 — 아이 분리불안을 실감한 날
케빈이 집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가슴이 먼저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여러 번 본 장면인데도 아이를 키운 뒤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큰아이가 일곱 살 무렵이었습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바로 앞 마트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금방 돌아올 생각으로 아이를 집에 두고 혼자 나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척 안일한 판단이었습니다.
돌아와 보니 현관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아이가 안쪽에서 잠금장치를 건드린 것입니다. 문 너머로 "엄마, 무서워" 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고,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하필 휴대전화도 집 안에 두고 나온 상태였습니다. 발만 동동 구르다가 옆집 이웃에게 도움을 청했고, 열쇠 수리 기사님을 부르고 나서야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미안해, 무서웠지?" 하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습니다.
그날 이후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이라는 말을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분리불안이란 아이가 엄마나 아빠처럼 애착을 느끼는 사람과 떨어질 때 강한 불안을 느끼는 반응을 말합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양육자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일도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성장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가 유난히 힘들어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미국소아과학회(AAP) 부모 정보 사이트 HealthyChildren.org
영화 속 케빈도 처음에는 자유를 만끽하지만, 밤이 되자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그 모습이 단순한 연출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나 홀로 집에 명장면 — 케빈의 함정과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케빈이 두 도둑 해리와 마브로부터 집을 지키는 장면입니다.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이 연기한 두 도둑은 케빈의 집이 비어 있다고 생각하고 크리스마스이브를 노립니다. 케빈은 이에 맞서 집 안 곳곳에 기발한 함정을 설치합니다.
다시 보아도 두 배우의 몸 개그는 질리지 않습니다. 끈적한 타르를 바른 지하실 계단, 뜨겁게 달군 문손잡이, 줄에 매달려 날아오는 페인트 통까지 장면마다 웃음이 터집니다. 슬랩스틱(slapstick)이란 과장된 몸동작과 넘어지고 부딪히는 상황으로 웃음을 주는 코미디 방식을 말합니다. 대사보다 몸으로 웃기는 장르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작으로 자주 꼽힙니다.
다만 어른이 되어 보니 그 함정들이 현실에서는 매우 위험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 속 도둑들은 멀쩡하게 붙잡히지만, 실제였다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신다면 "영화니까 가능한 장면"이라고 한 번쯤 짚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설정이기에 오히려 통쾌함이 살아납니다.
케빈이 집을 지켜 내는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케빈은 집 구조를 훤히 알고 있어 도둑들의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합니다.
-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하던 이웃 말리 할아버지가 결정적인 순간에 케빈을 구해 줍니다.
- 성당에서 말리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복선이 되어 따뜻한 결말로 이어집니다.
- 맥컬리 컬킨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가 함정 장면의 재미를 한층 더해 줍니다.
나 홀로 집에 결말 — 혼자 있고 싶던 케빈이 가족을 기다리기까지
영화 끝부분에서 케빈은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치던 아이에서 가족을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로 바뀌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눈 내리는 창밖과 조용한 집 안, 쓸쓸한 케빈의 얼굴이 함께 비치는 장면은 어릴 때는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은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 감정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솔직히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습니다. 하루 종일 "엄마!" 소리를 듣고,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켜야 했습니다. '언제쯤 내 시간이 생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저 혼자 남습니다. 처음에는 그 고요함이 반가웠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고,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고요함이 너무 깊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집니다.
현관에서 "엄마!" 하고 달려오던 발소리, 집 안을 가득 채우던 목소리, 귀찮게 느껴졌던 작은 부탁들까지 이제는 모두 그리운 기억입니다. 지금은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케빈이 결국 엄마를 기다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애착(attachment)이란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생기는 깊고 오래가는 정서적 유대감을 말합니다. 어린 시절에 쌓인 이 유대감은 아이가 자란 뒤에도 마음의 안정감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케빈이 가족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홀로 집에 자주 묻는 질문 — 개봉 연도·출연 배우·말리 할아버지
Q. 나 홀로 집에 1편은 언제 개봉했나요?
A. 1990년 미국에서 개봉했고, 국내에는 1991년에 개봉했습니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특선 영화로 자주 편성될 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Q. 케빈 역할을 맡은 배우는 누구인가요?
A. 맥컬리 컬킨입니다. 개봉 당시 열 살 무렵이었으며, 능청스러운 표정과 귀여운 외모로 세계적인 아역 스타가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그 또래 아이의 연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Q.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면 실제로 문제가 되나요?
A. 나라와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많은 국가에서 어린아이를 보호자 없이 오래 혼자 두는 것은 아동 방임(child neglect)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동 방임이란 보호자가 아이에게 꼭 필요한 보살핌과 감독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는 코미디로 풀어냈지만, 현실에서는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Q. 말리 할아버지는 왜 무서운 사람으로 소문이 났나요?
A. 영화 초반, 케빈의 형 버즈가 말리 할아버지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을 들려주면서 케빈은 그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들과 사이가 멀어져 오랫동안 쓸쓸하게 지내 온 노인이었습니다. 성당에서 케빈과 대화를 나누며 오해가 풀리고, 마지막에 케빈을 구해 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마무리 —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는 어릴 때 보면 마냥 웃긴 크리스마스 영화이고, 아이를 키우고 나서 보면 가슴이 먼저 조여 오는 영화입니다. 케빈이 집에 혼자 남겨지는 장면에서는 웃음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엄마가 비행기 안에서 케빈을 떠올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장면에서는 그날 현관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 영화가 3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재미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혼자 있고 싶던 아이가 결국 가족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느껴 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올 크리스마스에 이 영화를 다시 보실 계획이라면, 케빈뿐 아니라 엄마의 표정도 한번 유심히 보시기를 권합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