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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틀린 적이 있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 제법 단단하게 틀렸던 적이 있습니다. 1995년 영화 「굿바이 마이 프랜드」는 HIV에 감염된 소년 덱스터와 이웃집 소년 에릭의 우정을 그립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고등학교 시절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마주쳤던 한 친구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영화 굿바이 마이 프랜드 속 첫인상 너머의 진짜 모습
처음 그 친구를 봤을 때, 저는 속으로 '까다로운 사람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도도해 보이는 표정, 별로 말이 없는 태도. 쉽게 말해 제가 먼저 다가가기 꺼려지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인상은 완전히 틀려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누구보다 털털하고 속이 여린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말을 참 곱게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벼워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우리 집 형편이 어렵던 시기, 스쿨버스 요금을 내지 못할 때 그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제 차비를 내줬습니다. 생색 한 번 없이. 나중에 갚으려 했지만 끝내 받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에릭도 처음엔 덱스터를 경계했습니다. 덱스터가 수혈로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리를 뒀습니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몸의 면역 체계를 약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이고,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는 HIV 감염이 치료 없이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단계를 말합니다. 1990년대 당시에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옮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고, 영화 속 어른들이 덱스터를 대하는 방식은 그 편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가 경험으로 느낀 건, 사람을 처음 인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드는 가입니다. 에릭도, 저도, 그 틀을 깨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에야 진짜 관계가 시작됐습니다.
- HIV: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지만, 1990년대에는 잘못된 공포가 널리 퍼져 있었음
- 영화 속 에릭의 엄마는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아들이 덱스터와 어울리는 것을 막으려 함
-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편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줌
- HIV는 감염된 사람의 혈액, 성접촉, 임신·출산·모유 수유 등 특정 경로로 전파되며 악수·포옹·음식 나눠 먹기 같은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음 (출처: 미국 CDC)
우정이란 곁에 있어 주는 것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두 아이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신문 기사 하나에서 치료법의 단서를 찾았다며 덱스터를 위해 길을 떠나는 에릭의 모습.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의 에릭과 너무 달라서, 이 아이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는 게 조금 뭉클했습니다.
이 영화는 스티그마(stigma), 즉 특정 질병이나 조건에 낙인을 찍는 사회적 현상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스티그마란 어떤 사람을 그 개인의 모습이 아닌 특정 조건 하나로만 규정해 차별하는 사회적 낙인을 의미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덱스터를 피하고, 에릭의 엄마가 아들에게 덱스터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다그치는 장면이 바로 그 스티그마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HIV와 관련된 낙인과 차별이 사람들이 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그 친구가 제 차비를 내줄 때, 저는 그 행동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친구가 조용히 저를 살피고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에릭이 마지막에 깨닫는 것처럼. 자신이 덱스터를 지켜준 게 아니라, 덱스터가 오히려 자신의 삶에 빛을 가져다줬다는 사실을.
물론 영화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장면이 현실성보다 감동을 우선한 연출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른 인물들이 지나치게 선악으로 나뉘어 그려진 점, 감정선이 차분히 쌓이기보다 갑자기 고조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되는 이유는, 아이들의 우정이 갖는 회복력(resilience)을 진심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복력이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고, 소중한 관계를 지켜 나가는 마음의 힘을 뜻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굿바이 마이 프랜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아닙니다. 1995년 작 「굿바이 마이 프랜드」(원제: The Cure)는 실화가 아닌 창작 이야기입니다. 다만 1980~90년대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미국 사회에 퍼져 있던 실제 분위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 당시의 편견과 낙인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습니다.
Q. 에이즈는 일상적인 접촉으로 전염되나요?
A. 전염되지 않습니다. HIV는 혈액, 성접촉, 임신·출산·모유 수유 등 특정 경로로만 전파됩니다. 악수, 포옹,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것으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어른들의 공포는 당시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점이 지금 보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Q. 이 영화,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풀어내서, 어른과 아이가 자연스럽게 우정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다만 거친 표현과 슬픈 장면이 있으니, 어린 자녀라면 보호자가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 주시길 권합니다.
Q. 영화에서 아이들이 찾으러 가는 치료제는 실제로 존재했나요?
A. 영화 속 아이들이 믿었던 치료법은 허구의 설정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ART), 즉 HIV가 몸속에서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아직 완치제는 없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HIV 감염인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결론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다면, 저는 그 친구를 영영 놓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에릭도 덱스터와의 우정을 놓쳤겠지요. 이 영화는 병도, 편견도, 두려움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짜 온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굿바이 마이 프랜드」가 오래된 영화임에도 여전히 마음에 남는 이유는, 거기 담긴 우정이 꾸밈없이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하고 싶어지는 어느 저녁에 꺼내 보시길 권합니다.